2021.09.23 11:59
시편 80편의 배경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스라엘이 사랑했던 라헬의 아들들 요셉(에브라임, 므낫세)과 베냐민의 자손이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이스라엘의 멸망을 두고 지어진 시로 추정됩니다. 더욱이 베냐민을 추가함으로써, 이스라엘 멸망 후에 풍전등화처럼 위태하게 남아 있던 남유다까지 연상시키게 합니다. 앗수르의 속국으로 겨우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9/12일, 8/2일 묵상글 참조).
시편 80편은 야곱이 요셉을 축복한 이미지와 출애굽을 통한 약속의 땅 가나안을 주신 이미지를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8-11, 15절). 요셉은 샘곁의 무성한 나무, 그 딸들(열매)이 담을 넘을 정도로 풍성한 복을 누리는 나무입니다 (창 49:22, 1/30일 묵상글 댓글 주해 참조). 하나님이 이들을 가나안 땅에 심으셨을 때 그들은 그 땅에서 번성했을 뿐 아니라, 주변 민족/나라들에게 그 열매를 나누는, 복된 민족/나라가 되었습니다. 시인은 이토록 복주셨던 '하나님의 얼굴 빛을 비추사' 다시 한번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복주시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1, 3, 7절).
물론 시인은 이미 신명기에 예언된 대로 하나님이 왜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셨는지 알고 있습니다 (신 28:63-64, 29:25-26). 돌이키고 회개하기 전에는 그 기도를 듣지 않으실 것입니다 (신 29:20, 30:1-10). 다만 시인은 하나님이 다시 찾아오셔서 회복해 주시기를 구하고 (15절), 주의 오른 편에 계신 인자(Son of Man)에게 능력의 손을 더하사 그들을 구원해 주시길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17절). 너무나 당연하게,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계셔서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는 부활하고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게 됩니다 (행 2:25, 7:55, 롬 8:34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