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30 16:31
9장의 기도문에는 구약 내용의 요약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창조와 (6절), 아브라함을 택하심과 언약 주심 (7-8절), 애굽의 종살이에서 능력으로 구해 내심과 시내산에서의 언약 갱신 (9-15절),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반역 (16-22절), 가나안 땅 주신 후에 사사/왕조 시대의 거듭되는 반역과 그로 인해 제국의 압제를 받게 된 것 (23-31절) 등과, 동일한 죄와 그 결과가 지금 자신들의 세대에도 진행 중인 것을 고백하며 회개합니다 (32-33절).
이 모든 고백 가운데, 하나님은 의로우시고 선하시며 긍휼이 넘치시는 분으로 증거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우상 숭배와 반역, 즉 '풍성한 삶'(29절)을 위해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고집스럽게 거역한 결과로 포로로 잡혀가고 열국 중에 흩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고, 도리어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신 결과로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국의 압제 아래 있는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며, 동시에 온전한 회복을 갈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느헤미야의 기도에서 (시대적으로는 앞선 것이나, 성경배열 순서상 뒤에서 살펴보게 될) 다니엘의 기도 전통을 보게 됩니다. 우리의 의와 공로를 의지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과 의로우심과 긍휼하심에 의지해 간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거역한 우리가 마땅히 그 보응을 받고 있으며, 조상들과 다르지 않게 현재 우리도 동일한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을 자백하고 회개하면서도, 하나님 자신(의 이름과 영광)을 위하여 약속하신 것을 이뤄달라고 간구하는 것입니다 (단 9:18-19). 모세 역시 금송아지 사건 때 백성들을 위해 중보할 때 하나님의 명예를 위해 그리 해달라고 간구했었습니다 (출 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