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6 08:05
사무엘하 8장과 9장에서 대표적인 구절을 하나씩 꼽으라면 8:6절과 9:3절이 될 것입니다. 8장은 다윗이 이긴 전쟁과 그것들을 통해 확장한 영토를 언급하고 있는데, 성경은 다윗의 승전에 대한 이유를 "다윗이 어디를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7장에서 다윗에게 약속하신 대로 그를 통해 이스라엘에게 그 땅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안식'을 주셨습니다. 이는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 때부터 주신 '안식'의 약속이 사사기 때와는 달리 온전히 성취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이 성취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솔로몬 때에 다시 한번 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왕상 4, 11장).
9장부터는 다윗 왕가의 내부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 시작이 사울의 집에 대하여 "하나님의 은총(헤세드)을 베풀고자"하는 다윗의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덧붙여서 그것이 그와 요나단이 맺은 인애(헤세드)의 언약 때문인 것을 분명히 합니다 (9:1, 6/15일 묵상글 참조). 그는 사울의 집에 남은 자손들을 수소문했고, 그 결과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이 살아 있음을 알고 그를 궁정으로 불러들여 그의 식사에 동참하게 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야기가 9-29장의 '왕위 계승 이야기'(succession narrative)에 속해 있고, 몇 가지 다른 점을 들어 사울 왕의 후손이 혹여라도 재기할 싹을 자르기 위한 '감시'의 목적이 더 강했다고 하지만, 성경은 분명히 그의 말과 하나님의 말씀을 거듭하여 반복시키면서, 인애 베풂이 그 목적인 것을 분명히 해줍니다 (삼하 7:15, 9:1, 9:3, 9:7).1 우리는 하나님이 베푸신 언약적 사랑인 인애(헤세드)를 통해 값없이 베푸시는 은혜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 받은 대로 베풀고자 하는 삶이 바로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보여주는 천국 증인의 삶입니다.
다윗과 솔로몬 시대의 영토 지도
(김흔중, 「성서의 역사와 지리」 에서 발췌, http://ontalk.egloos.com/m/1205022 에서 재인용 및 편집)
위의 지도처럼, 다윗 왕국은 다음 세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2. 다윗이 직접 지배하는 이스라엘 영토
3.(1) 다윗이 정복하고 수비대(총독 임명)를 둔 영토 (아람/다메섹 8:6, 에돔 8:14)
(2) 다윗이 정복하고 그의 통치를 인정하는 지역-속국 (모압, 암몬, 아람/소바)
(3) 다윗의 지배권을 인정하고 관계를 맺은 곳 (블레셋, 그술 - 삼하 3:3, 13:37 / 하맛 왕 도이 - 삼하 8:10 / 두로 왕 히람 - 삼하 5:11)
1. 9장부터 20장까지는 소위 "왕위 계승 이야기"(succession narrative)로 불리는데, 다윗의 왕위를 이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부분의 주요 주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제 (6/25) 묵상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윗 역시 실수와 죄로 가득한 연약한 인간임에도, 하나님의 마음을 따르려는 사람이었고, 하나님께서도 사울에게 하셨던 것과 달리 그분의 은총(헤세드 חֶסֶד)을 그와 그의 집에서 뺏지 않겠다고 하신 점(삼하 7:15)이 다를 뿐입니다. 또한 다윗은 언약에 기반한 사랑인 인애(헤세드)를 기초로 행동했던 사람인 것을, 룻기에서 나오는 가문의 전통과 그의 연이은 행동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9:1절에서는 단순히 은총(헤세드)이라고 했지만, 3절과 7절에서는 '하나님의 은총(헤세드)'이라고 말함으로써, 이 사실이 확인됩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가진 학자들은 9:1, 3, 7절에 세 번 반복된 것이 역설적으로 흑막을 드러내는 것이라 보고, 9-20장의 왕위 계승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그의 왕위에 대한 위협을 다루고 있다는 점, 사울의 후손들을 기브온 거민에게 넘겨준 점(21;1-14) 등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어느 의견이 되었든, 하나님의 은혜와 인애로 다윗과 그 왕조가 유지되었음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고, 인간의 (부질없는?) 노력과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나란히 기술되고 있음에도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런 병치 구조 속에서도 다윗이 인애의 사람으로 살려고 했던 점은 사울의 후손들을 넘겨주면서도 요나단의 사람들은 살려두었던 점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위의 반대 의견과 지도 설명에 대해서는, 김지찬, 「요단강에서 바벨론 물가까지」, p.337, pp.340-341 참조.
인애의 관점에 대해서는, IVP, New Bible Commentary, p.326, 1 & 2 Samuel, by D. F. Payne,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