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30 10:32
다니엘서 5장은 역사에서 아주 중대한 변환점을 지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바로 바벨론이 망하고 새롭게 메데-바사(페르시아) 왕국이 들어서는 때입니다. 바벨론을 이스라엘과 주변 민족들을 징계하시는 막대기로 들어쓰셨던 하나님께서 다시 그 교만을 벌하시고, 바사 왕 고레스를 세우시고 그를 통해 포로 귀환의 약속을 이루십니다. 인생의 명이 짧은 것도 그렇지만, 신바벨론 제국이 10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역사 끝에 사라지는 것도 권력의 덧없음을 보여줍니다. 오직 하나님의 주권만이 영속적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역사상 바벨론의 마지막 왕은 나보니두스 (BC 556-539)로 알려져 있고, 벨사살은 나보니두스의 아들로 공동통치를 했었습니다. 나보니두스는 느부갓넷살 왕의 혈통이 아닙니다.1 느부갓넷살을 이어 아들 아윌(/아멜) 마르둑이 왕이 되었지만, 느부갓넷살의 사위 네리글리살이 아윌 마르둑을 죽이고 왕이 되며, 4년 후에 그의 네리글리살의 아들인 라바시 마르둑이 왕이 오르지만 몇 개월 되지 않아 살해되고, 그 다음에 나보니두스가 왕위에 오릅니다. 나보니두스는 앗수르쪽 출신인데, 특히 어머니가 달 신인 신(Sin)의 사제였고, 그 역시 그 신을 섬기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이는 마르둑을 주신으로 섬기는 그 신의 제사장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동시에 민심이 흩어지는 결과를 낳아 제국은 급속도로 하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시기에 하나님은 지금의 이란 쪽에서 메대 바사 나라 사이에 결혼 동맹의 결과인 고레스 왕이 일어서게 하셔서 바벨론을 멸망시키게 하십니다. 벨사살은 하나님의 전에서 탈취해 온 잔과 그릇으로 술잔치를 벌였고, 5장에 나오는 벨사살의 말들은 모두 술주정에서 나온 허언과 교만한 말들입니다. 다니엘을 포로 출신으로 함부로 언급하는 것 등이 좋은 예입니다 (5:13). 하나님이 이미 계획하신 바가 어떻게 이뤄질지 모르고 만인지상으로서의 자기 권력에 잔뜩 취해 있었던 것입니다.2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란 벽에 쓰인 글자를 통해, 다니엘은 이미 하나님이 재어보고 달아보시고, 부족함 즉 그와 제국의 교만함을 인해 바로 징계하시고, 신바벨론 제국의 막을 내리게 하시는 뜻임을 밝혀줍니다.
1. 다니엘이 느부갓넷살이 교만했던 결과를 언급하며, 5:22절에서 "벨사살이여 왕의 그의 아들이 되어서..."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왕위를 이은 사람인 것을 나타내는 말일 뿐, 실제로 느부갓넷살의 혈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2. wiki 문서에선 벨사살이 라바시 마르둑을 살해하는 모반을 기획한 사람이라고도 하는 것을 보면, 마치 조선 건국 때 이방원이 많은 역할을 했던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벨사살은 술잔치나 즐기던 2인자가 아니라, 2인자의 자리에 앉아있지만 실제로는 1인자였던 아버지 나보니두스보다 실제 권력을 잡고 휘두르며 그것에 취해 있던 사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신바벨론을 시작했던 나보라폴라살에 이어 두번째 신바벨론 왕조를 꿈꾸었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