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7 15:04
고레스를 통해 바벨론의 심판을 예언하신 하나님은, 이제 바벨론의 우상들과 일월성신을 연구하여 점치는 자들의 허무함을 다시 일깨우십니다. 그들이 아무리 우상에게 빌며 주문을 외워대도 결국 망하고 말 것입니다 (47:9). 인간의 모략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모략)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벨과 느보 (46:1)는 바벨론 신들의 이름입니다. 벨은 바알과 같은 최상의 신에 대한 통칭으로, 엔릴을 최고의 신으로 삼았다가 마르둑 (/성경에서는 므로닥)을 최고의 신으로 삼게 되는데, 바로 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느보(혹은 나부)는 마르둑의 아들로 그리스 신들 중에 헤르메스에 해당합니다.1 특히 이들은 신년 축제 때마다 본래 자리에서 옮겨왔다 제자리에 돌려지곤 했는데, 이런 상황을 두고 우상이 스스로 기동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을 비꼬아 말한 것입니다 (46:7).2
하나님이 바벨론을 심판하시는 이유는 그들의 교만과 이스라엘에게 행한 악행과 스스로의 지혜를 의지하고 모략을 편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처녀가 부끄러운 곳을 드러내는 것처럼, 악독하게 사람들을 부리던 주모가 남편과 자식을 다 잃어버리는 과부가 되는 것처럼 될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모략'으로 이뤄지는데 (46:10-11), 일월성신의 징조를 연구하던 술사들도 그 때를 알지 못하고 '모략'을 내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47:11-13).3 하나님이 뜻하신 일이 땅에서도 반드시 이뤄집니다 (마 6:10).
1. 바벨론 왕들의 이름에 이런 신들의 이름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마르둑 (/므로닥)름은 '므로닥발라단'이란 이름에, 느보(/나부)란 이름은 '나보라폴라살', '느부갓넷살', '나보니두스' 등에 들어가 있습니다. 혹자는 다니엘의 바벨론식 이름 '아벳 느고' 역시 느보의 변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 뜻은 '느보의 종').
2. 사도바울이 아테네에서 헬라철학(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를 '운동'으로 보고 만물의 기원인 신 존재를 '부동의 동자'(unmoved mover)로 이해한 것을 소재로 하여, 하나님이 바로 그분이신 것을 소개했었습니다. 아마도 이사야서의 이러한 대목이 바울에게 큰 지혜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3. 개역 개정에는 계획 (사 44:26), 뜻 (46:10, 11), 계략 (47:13) 등으로 문맥에 따라 다르게 번역되어 있는데, 개역 성경에는 보다 일관성 있게 모두 '모략'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40:13절에 '모사'라고 번역되어 있는 말과 같이 '예짜'(עֵצָה)라는 히브리어는 모사가 일러주는 말을 뜻합니다. 46장에서 하나님이 모략을 베풀고 온전히 이루시겠다고 한 것과, 일월성신을 관찰해 모략을 베푸는 바벨론의 점술사들이 비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