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9 05:48
바벨론은 당대의 로마를 표현한 것으로, 하나님과 그 백성을 거스르는 마귀와 세상 제국과 그것을 신봉하고 따르는 세상을 뜻합니다. 14장부터 그 이름이 등장하며 일관되게 음행으로 특징지워집니다. 일곱 대접의 마지막 재앙으로 멸망하게 되는데 (16:18-19), 17 장에서는 아예 음녀로 묘사됩니다. 그의 음행으로 온 세상이 하나님의 진노의 포도주 잔을 마시게 한 장본인이며, 그가 (적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을 타고 행하지만, 18장에서 결국에는 하나님의 큰 심판을 받아 삽시간에 멸망당하고 마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목할 것은, 그것을 과거형으로 표현함으로써 이미 하나님의 심판이 선고되고 실행되었음을 밝히고 있는 점입니다.
18장에서는 음녀 바벨론과 짝하여 음행하고 치부하며 살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멸망한 바벨론으로 인해 얼마나 슬퍼하고 절망하는 지를 실감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왕들과 땅의 상인들입니다. 또한 이것들을 실어 날랐던 해상 운송업자들입니다. 바벨론에 대하여 사망(역병)과 애통(슬픔)과 흉년과 불의 심판이 임하고, 천년 제국이 하루 아침에 망하게 되자, 이 왕들과 상인들과 상선 관계자들은 가슴을 치고 티끌을 날리며 애통하게 됩니다. 온갖 먹고 마시는 것들과 진귀한 향품과 보석과 의류 등 그들이 향락을 누렸던 사치 품목에, 심지어는 종들과 '사람들의 영혼'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즉,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까지 미혹했던 것을 뜻합니다.
흔히 로마제묵을 천년 제국이라 하는데, 특히 포에니 전쟁 이후부터 전쟁 포로로 많은 노예들이 공급되었고, 무역을 통해서도 노예가 공급되었습니다. 제국의 영화와 풍요, 사치, 향락 등은 모두 노예를 착취해 누린 것과 다름없다고 흔히 평가됩니다. 1 하나님을 뜻을 이루고 섬기도록 허락하신 성과 가정과 선한 노동의 가치가 인간 정욕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했고, 하나님은 이처럼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제국을 바닷속에 내쳐져 가라앉는 맷돌처럼 영원히 멸망시키셨습니다. 하늘의 성도들과 사도들과 선지자들은 이 바벨론의 핍박을 이기고 유혹에서 빠져나와 그 죄에 참여하지 말라는 음성을 들으며, 그 멸망을 인해 즐거워하며 찬송하게 되고, 거룩한 신부로 다시 오실 주님을 맞게 됩니다.
1. '로마는 하루 아침에 지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망하는 데에는 하루면 충분했습니다. 본문을 보면 계속해서 '한 시간'이라고 표현하는데 (18:10, 17), 원어를 보면 '단 하루'만에라는 뜻입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짧은 시간에, 혹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단번에 망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했(고, 멸망 후에도 중세 내내 그 영향력을 미쳤)지만, 그것이 노예의 등골을 빼 세워진 것임도 주목해야 합니다. 바벨탑이나 애굽이나 바벨론 등등 연속해서 성경에 등장하는 이 땅 제국의 특징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핍박하여 우상 숭배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착취하여 땅의 것을 높이 쌓고 향락을 누리는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은 더딘 것 같으나 반드시 이들을 심판하심을 보여주셨고, 장차 주님의 재림으로 영원한 심판이 이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