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30 05:50
11:14-54절에는 두 가지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마지막 두 절 (53-54)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은 종교지도자들과 심지어는 군중들 일부까지 예수님을 적대시하게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복된 하나님의 사람들을 규명함에 있어서, 기존의 혈통이나 종교적인 기득권 세력들에게는 그들의 가식과 위선을 지적하시고, 도리어 이방인(타민족)들과 일반인들이라도 진정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사람이 예수님의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11:28).
먼저 노골적으로 예수님에게 적대감을 드러낸 종교지도자들은 거칠게 예수님을 몰아부치며 허물을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예수님을 식사 시간에 초대한 어느 바리새인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먹기 전에 손을 씻는 정결규례1를 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놀랐습니다.2 이에 대해 예수님은 마치 기회라도 잡은 듯(teachable moment), 겉으로만 정결의식을 행할 뿐 속은 깨끗이 하지 않아 온갖 탐욕과 악독이 가득함을 직선적으로 고발하십니다. 그들이 근채의 십일조까지 따져 하면서도, 재물의 주인되신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시는 가난한 자들을 방관한 것을 예로 들어, 평토장한 무덤과 같다고 하시며, 회개치 않으면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함께 있던 율법학자도 정식으로 모욕받음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지식만 있을 뿐 행하지 않는 그들의 악함을 책망하시고, 그들 역시 회개치 않으면 "화 있을" 것이라고 책망의 말씀을 듣습니다.
이 이야기에 앞서 먼저 등장하는 예수님께 대한 적대적인 사건은, 벙어리귀신을 내어쫓은 뒤에 군중 중에 일부가 귀신의 힘을 입어 귀신을 쫓아낸 것이라고 비방했을 때입니다. 주님은 하나님의 능력3을 입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믿음의 눈으로 성령을 통해 하나님이 가난한 자들과 억눌린 자들을 찾아오셨음을 보는 자에게 이미 천국이 임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11:20). 이미 임한 하나님나라에서 하나님은 날마다 우리 주변에서 성령을 통해 역사하시는 일이 많습니다. 세상적인 논리와 종교적 관행을 내버리고, 믿음의 눈으로 오늘도 역사하시는 하나님나라를 보아야 합니다.
1. '손을 씻지 않았다에' 해당하는 원어 표현은 "자신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았다" (not baptized himself) 즉 물로 씻는 예식을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2. 기이히 여겼다는 표현은 주로 예수님의 기적적인 일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포현한 것이 대부분이며, 간혹 예수님이 보시기에 의외의 일들에 대해 표현하실 때 사용되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이 단어 (θαυμάζω)가 사용된 예로는 요 4:27절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사마리아 수가 성 여인과 대화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이례적인 일에 제자들이 놀랐던 상황입니다.
눅 11:53-54절 내용을 보면, 예수님이 일부러 도발하신 것일 수도 있고, 또한 '놀라다/기이히 혹은 이상히 여기다'라는 말에서 중의적인 뉴앙스를 다 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3. 헬라어 원문에는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