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2 10:28
지식은 자랑하고, 섬김없이 교만한 마음으로 사용된 지식은 사람들의 악함을 조장하여 더 용기있게 좋지 않은 일들을 하게 합니다. 반면 사랑으로 남을 위하여 삼가는 것은 선한 일을 권장하여 공동체를 든든히 세워갑니다.1 마찬가지로 바울은 사역에 있어서 복음의 진정성과 단 한 생명이라도 더 구원받게 하려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마땅히 요구해야 할 것도 삼가고 자신의 당연한 권리들도 포기했었습니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쉽게 고기를 먹을 수 없었기에 우상에게 바친 고기가 나눠질 때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상은 아무 것도 아니며 주님의 십자가로 모든 것이 거룩해졌다고 말하면서 (지식을 자랑하며) 우상의 신전에 앉아 먹고 마시면, 연약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상과 교제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권장하는 꼴이 됩니다 (10:19-20 참조). 바울은 그럴 만한 믿음이 있음에도, 그렇게 했을 때 그리스도께서 위하여 죽으신 형제 한 사람이라도 실족할 수 있다면, 자신은 차라리 평생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바울은 나아가 자신이 사도로서 받고 누려야 할 일정한 권리조차도 포기하고 사역함으로, 자신이 받은 은혜의 복음을 그대로 살아내고자 했습니다 (10:23). 이 과정에서 그는 믿음이 연약한 자들에게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며, 거기에는 민족과 문화적 차이도 고려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출신과 견해의 차이에도 하나의 복음과 교회를 지켜내는 것은, 얕은 지식을 자랑하고 자기 욕심과 편의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이 모든 것을 겸손히 깨닫고 섬김과 희생으로 절제하며 사랑의 복음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1. '덕을 세움'에 해당하는 헬라어 원어는 '오이코도메오 (οἰκοδομέω)'로 문자적 의미는 '집을 세운다' 입니다. 당시 가정교회가 교회의 기본 형태였음 생각하면,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말입니다. 즉 '덕을 세움'으로 번역된 이 말은, 곧 본문 전체에서 바울이 의미하는 바를 본 것처럼,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하나님의 교회/공동체를 더 공고하게 (선한 방향으로) 세워나가는 것을 뜻합니다. 한자를 사용한 우리말의 신학적 용어로는 '건덕(健德)'이라고도 부릅니다. 흥미롭게도 8:10절에서 "믿음이 약한 자들의 양식이 '담력을 얻어'..."라고 한 말에서도 동일한 용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즉 그들의 양심을 선하지 않은 방향으로 더 든든하게 세워간다는 뜻입니다.
이 외에도 10:23절에서 동일한 음식 문제를 다루면서, 믿음의 자유로 어떤 것이든 행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다 교회를 선한 방향으로 세워가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사용되었고, 14:4, 17절에서도 방언과 예언을 구분하며 교회 공동체 전체의 유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방언보다는 예언을 더 사모하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