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3 10:40
바울은 구약의 출애굽 상황에서의 교훈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에 대해 근본적인 이해와 실천적인 원칙을 말해줍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내 양심이 아니라 남의 양심을 위해야 하는 점입니다 (10:29). 이를 통해 믿는 형제나 자매가 실족하지 않고, 혹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 믿고 주께 돌아오는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예수님의 복음을 살아내려고 한 것처럼 자신을 본받으라고 담대히 말합니다 (11:1)!
출애굽 상황에서 얻는 교훈은 먼저 (바른 신앙 없이) 우상의 제물을 먹는 것은 귀신과 교제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믿음이 연약한 자들을 걸려 넘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1 다만 대접 받거나 시장에서 나와 있는 것 같이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고기에 대해서는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이것마저도 다른 이들의 양심을 위해서 묻지 말고 먹으라는 것입니다. 특히 믿지 않는 자들이 음식을 대접할 경우, 그들과 교제하며 복음 나누기 위해 거리낌 없이 먹으라는 것입니다.
앞서 바울은 십자가가 유대인들에게 거리끼는 것이고 헬라인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으나, 반대로 성도가 십자가의 원리대로 살지 않으면, 정말 유대인들에게 거치는 것되 되고, 헬라인들에게는 어리석은 일이 됩니다. 비유대인출신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것이 거룩하다 하며 우상의 음식인 줄 알고도 먹으면, 그것을 보는 유대인들에게는 거치는 것이 됩니다 (행 15:20, 29). 이는 믿는 형제를 실족하게 하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믿음을 갖고 그 믿음의 핵심인 십자가의 원리대로 사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게 들릴지라도, 자신의 유익과 편의를 버리고 하나님의 영광과 다른 사람의 유익을 먼저 구하는 일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좋은 예입니다.2
1. 고린도전서에는 거치는 것, 혹은 걸려넘어지는 것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로마서에서도 몇 차례 사용된 말이기도 합니다. 10:32절의 '아+프로스+코포스 (ἀπρόσκοπος)'는 동사 '프로스콮토(προσκόπτω)'에서 기원한 말로, 무언가에 부딪히는 것을 뜻합니다. 부정어(a)가 앞에 있어서, '거치는 것이 되지 않는'이란 뜻입니다. 고전 8:9절에는 명사형 프로스콤마(πρόσκομμα)가 사용되었습니다. 복음서에도 사용되었지만 바울서신에서 사용된 예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용사 아프로스코포스 - 고전 10:32
명사 프로스콤마 - 롬 9:32-33, 14:13, 20/벧전 2:8, 고전 8:9
동사 프로스콮토 - 롬 9:32 (/벧전 2:8), 14:21
또 하나 자주 사용된 중요한 표현으로 보통 '실족하다'로 번역된 '스캔달론(σκάνδαλον)' 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고전 1:23 절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유대인들에게는 '거리끼는' 것이라고 번역되었습니다. 복음서에서 누군가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으로 자주 사용되었으며, 주님이 십자가를 부정하는 베드로를 향해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마 16:23)라고 할 때도 같은 단어를 사용하셨습니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음식으로 형제를 넘어지게 하지 말라고 말할 때 고린도전서와 동일한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롬 14:13, 16:17, 9:33). 바울이 고전 8:13절에서도 형제를 실족치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했을 때 동사형 '스캔달리조 (σκανδαλίζω)'가 사용되었습니다.
2. 복음의 진정성 (authenticity of the gospel)이란 측면에서, 바울이 앞서 4장에서도 이미 얘기했고 나중에 고린도후서에서 말하게 될 '약할 때 강함'이란 표현에 잘 드러난 것처럼,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고 도리어 남의 유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바로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주님의 섬김의 리더십이며, 자신의 생명까지도 불의한 자들을 위해 내어놓으신 진정한 특권입니다. 이처럼 약하고 미련하고 그래서 세상적인 기준에서는 소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같지 않은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바울은 자신이 전한 복음을 살아내는 사람, 그리스도를 닮으려는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리더십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2년차 9/9일 묵상글 참조: http://wordlovers.ca/index.php?mid=RBBBReadingPlanBoard&page=1&document_srl=16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