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5 22:23
보통 비전을 보게 되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알고 헌신하기 마련입니다. 바울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알려주신 바 창세 전부터 계획하셨던 놀라운 비밀을 보게 되었고,1 그것을 본인의 사역으로 받고 힘써 섬겨 왔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비전이 성취되어 가는 것을 보며 너무나도 큰 도전과 격려를 받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소아시아지역의 교회들이 동일한 감동과 체험을 갖고 헌신하게 되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3:14-21).
바울은 하나님께서 여러 비유대인 민족들을 불러내서 교회가 되게 하심으로,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 즉 천상의 존재들에게 하나님의 찬란한(multicolored) 지혜를 가르치려 하셨다고 합니다. 즉 모든 민족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 받아 거룩한 존재들로 구별되고, 나아가 천상 보좌 우편에 앉으신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는 존재들인 것을 알게 하셨다고 합니다 (3:10, 2:6 참조). 그래서 바울이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기꺼이 자랑하는 것처럼, 소아시아교회 교인들도 이 복음을 위하여 옥에 갇힌 바울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라고 합니다!2
바울이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말한 것과 같은 그의 신비한 체험은, 그의 하루하루 삶과 사역에 방향성 및 큰 그림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것을 살아내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울은 유대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열방 민족들이 본래 하나님의 선한 일을 위해 지음 받았고, 이제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구별될 뿐 아니라, 한 분 삼위 하나님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아, 그분의 선한 일에 각각 주신 은사대로 사역자로 헌신하게 된 것을 눈으로 보고 감격했던 것입니다 (2:10, 4:11-12)! 바울은 구약의 전통과 예수님의 바른 가르침처럼, 언제나 은혜와 구속, 성별과 헌신의 순서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1. '경륜'이란 말은 헬라어로 오이코노미아(오이코스=집+노모스=돌보는 일, οικονομία)로, 본래 집안일을 돌보는 청지기의 일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 만물과 그 중에도 당신의 형상대로 지으신 사람들/모든 민족들에 대한 하나님의 구속과 회복 계획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말에서 경제를 뜻하는 economy가 유래되었습니다.)
바울서신에서 6 차례 이런 뜻으로 사용되었는데, 수식어와 같이 주변에 사용된 표현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전 9:17, 경륜을 부여받음 (개역에서는 직분, 개역개정은 사명으로 번역)
엡 1:10,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 (한글은 1:9절)
엡 3:2, 그 은혜의 경륜
엡 3:9, 하나님 속에 감취었던 비밀의 경륜
골 1:25, 바울에게 주신 경륜(을 따라 그가 하나님의 일꾼이 됨)
딛 1:4, 하나님의 경륜
2. 바울은 1:10절에서 때가 차매 (갈 4:4 참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이루게 하신 경륜이 어떤 것인가를 설명하면서 그 가운데 기도와 찬송을 엮어 넣고, 보통 짧은 인사 후 본론으로 들어갔던 다른 서신서들과 달리, 1:1-2절의 간략한 인사 뒤에 3장 말미까지 기도와 찬송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3:1-12절은 이야기 줄거리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나, 결국 핵심은 그 경륜에 따라 일꾼된 바울이, 그 큰 그림에 있어서 정해진 시간에 그 일정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그만큼 자신을 본받아야 할 모델로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딤후 4:1-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