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3 06:15
[오는 3/15일 성경번역선교사 훈련기관이 캔아이엘 (CanIL) 이사회 중, AI를 성경번역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토의하기로 했습니다. 정책 및 교육/훈련 부서 담당으로서 Ruth Heeg 선교사와 함께 몇몇 컨퍼런스 발표 자료를 참고하면서 토의 내용을 준비한 것을 글로 정리하여 여기에 싣습니다.]
성경번역 사역은 선교사가 현지인과 함께 삶을 나누는 가운데 그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익히며, 현지인들을 훈련시켜 그들이 성경 말씀을 한 구절 한 구절씩 번역해 가며, 말씀을 통해 함께 변혁되는 과정입니다.1 아직도 신약성경 번역에 평균 20 년이 넘게 걸리는데, 구약까지 성경 전권 번역에는 최소한 30년이 넘게 걸리는 게 당연합니다. 과연 여기에 AI를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더 ‘빨리’ 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비용 절감도 예상됩니다.2 나아가 전문가의 말을 빌면 훨씬 더 정확하고 질 높은 번역을 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3
최근에 에스아이엘(SIL)에서는 페이스북의 Meta AI를 기반으로 개발된 NLLB (no language left behind) 기술을 활용하여 Scripture Forge 라는 성경번역 앱/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소수 언어 사용자들이 언어 장벽 때문에 인터넷에 있는 많은 유용한 정보들을 접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고자, 200개 소수 언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것의 특징은 많은 사용자들이 있는 세계 주요 언어들과 달리 적은 언어 데이터를 가지고도 AI가 언어를 잘 학습하여 번역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점입니다.)4
Scripture Forge 라는 프로그램은 기존의 성경번역 프로그램인 Paratext와 연동되어 작동하면서, 복음서 한 권이라도 번역이 되어 있는 언어라면, 그것을 데이터 자료로 해서 해당 언어로 각 권 성경의 초벌번역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번역 점검과정을 도울 수 있게 했습니다. 성경번역 자문위원의 점검을 위하여 대상 언어에서 공용어로 역번역까지도 잘 도와주고, 팀내 번역 점검과, 마을 공동체 점검, 번역의 일관성 유지 등에 있어서 사람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고 합니다.5
그럼에도 여전히 AI가 많은 오류를 만들어내고 이것을 사람들이 잘 잡아내어 수정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참고로 보았던 한 영상에서, AI가 그럴듯한 말로 답을 내거나 대화를 하지만 전혀 엉뚱한 말이나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발표자는 그것을 가리켜 ‘유창한 헛소리’(fluent bullshit)라고 재밌게 표현했습니다.6 이런 오류는 데이터 소스가 더 많은 언어로 AI가 소통할 때 많이 만들어내는데,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적은 경우 현지인 사역자가 AI를 잘 훈련시키면 훨씬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이런 과정에서 우려가 되는 점도 있습니다. 대상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그들과 삶을 함께 나누는 성육신적 동일시와 동역이 약화되고, 또한 현지인들이 말씀 한 구절 한 구절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과 신앙 고백과 삶의 변화/변혁이 약해지거나 이 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점입니다. 물론 현지인 번역 사역자의 역할이 초벌 번역보다는 점검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말씀과 씨름하는 과정은 남아 있고, 초벌번역에 절약된 시간을 바르게 성경을 배우고 익히며 적용할 시간에 더 쏟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7
<참고로 아래 자료들은 모두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0. AI를 적극적으로 성경번역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간략하게 잘 요약한 문서로 다음 Don Barger의 글을 참조하면 좋다. How AI Assists in Global Bible Translation, by Don Barger (IMB missionary)
1. 성경번역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회심, 변혁, 교회 개척, 현지인에 의한 운동 확산 등에 대하여는 다음 글을 참조하면 좋다. 이는 아래 7번 각주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 A missiology of progress: Assessing advancement in the Bible translation movement, by Kirk J. Franklin.
2. 성경번역을 위한 전문 funding 기관인 Seed Company의 Gravelle은 그의 발표에서, 신약성경번역에 약 5년 여 걸리며 비용은 50만 불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I Natural Language Processing: A Game Changer for Bible Translation, by Gilles Gravelle.
3. 보안국가에서 신약성경 번역을 마치고 현지인 사역자들과 함께 구약성경을 번역하고 있는 J 선교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자신이 섬기는 언어를 포함하여 몇몇 언어를 Scripture Forge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초벌 번역을 시도했고, 그 결과 숙련된 현지인 성경번역 사역자들이 70-80%의 정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나아가 아래도 설명한 것처럼 특히 처음에 잘 해놓으면, 번역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서 방대한 구약 번역에 매우 유용하다고 한다.
4. Gravelle의 발표에서 나오는 Avodah와 같은 프로그램은 NLLB 오픈 소스를 사용하여,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통번역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성경번역에 응용하는 경우, 성경구절을 비롯하여 1200 개 정도의 문장을 AI에게 학습시키면, 초벌 번역이 가능하다고 한다.
5. .J 선교사에 의하면, 성경 전권을 번역하다 보면, 몇 차례씩 현지인 번역 사역자들이 바뀌고, 그 양도 방대하여 사람이 특정 단어나 구절 등의 표현에 있어서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AI는 이 부분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 잘 훈련된 현지인 사역자가 질높은 번역이나 점검을 통해 좋은 데이터가 쌓이면/AI가 잘 학습하게 되면, 훨신 더 일관성 있고 질 높은 번역을 유지할 수 있다.
6. 심리학 및 신경 과학 전문가 Gary Marcus 박사는 Slow Road to Artificial Intelligence 라는 그의 강연에서, AI가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거짓/혹은 불완전한 기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일반적이고 쉬운 일들에 대하여는 AI가 능력을 발휘하지만, 흔하지 않고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숙제가 많은 점 등등을 들며, 좀 더 신중하게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dropbox.com/s/816jhaqp9nqcnry/EMNLP%20odf%20video.mp4?e=1&dl=0
7. AI 활용에 있어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의 발표와 글은 다음 링크를 참조. Lost in Translation: Navigating the Intersection of AI and the Sanctity of Drafting in BT, by Larry Hayashi, Reinier De Blois; Paul Unger, Matt Merritt,
Or the article and PPT slides: De Blois Et Al - Lost In Translation Paper.pdf, De Blois Et Al - Lost In Translation Slides And Notes.pdf
8. 새로운 기술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Jon은 'understand, pray, and obey'의 일반적인 원리가 적용된다고 말한다. 다음 발표를 참조. Obedience in this AI Moment by Jon Hirst from SIL Internatio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