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5일 성경번역선교사 훈련기관이 캔아이엘 (CanIL) 이사회 중, AI를 성경번역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토의하기로 했습니다. 정책 및 교육/훈련 부서 담당으로서 Ruth Heeg 선교사와 함께 몇몇 컨퍼런스 발표 자료를 참고하면서 토의 내용을 준비한 것을 글로 정리하여 여기에 싣습니다.]
성경번역 사역은 선교사가 현지인과 함께 삶을 나누는 가운데 그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익히며, 현지인들을 훈련시켜 그들이 성경 말씀을 한 구절 한 구절씩 번역해 가며, 말씀을 통해 함께 변혁되는 과정입니다.1 아직도 신약성경 번역에 평균 20 년이 넘게 걸리는데, 구약까지 성경 전권 번역에는 최소한 30년이 넘게 걸리는 게 당연합니다. 과연 여기에 AI를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더 ‘빨리’ 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비용 절감도 예상됩니다.2 나아가 전문가의 말을 빌면 훨씬 더 정확하고 질 높은 번역을 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3
최근에 에스아이엘(SIL)에서는 페이스북의 Meta AI를 기반으로 개발된 NLLB (no language left behind) 기술을 활용하여 Scripture Forge 라는 성경번역 앱/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소수 언어 사용자들이 언어 장벽 때문에 인터넷에 있는 많은 유용한 정보들을 접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고자, 200개 소수 언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것의 특징은 많은 사용자들이 있는 세계 주요 언어들과 달리 적은 언어 데이터를 가지고도 AI가 언어를 잘 학습하여 번역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점입니다.)4
Scripture Forge 라는 프로그램은 기존의 성경번역 프로그램인 Paratext와 연동되어 작동하면서, 복음서 한 권이라도 번역이 되어 있는 언어라면, 그것을 데이터 자료로 해서 해당 언어로 각 권 성경의 초벌번역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번역 점검과정을 도울 수 있게 했습니다. 성경번역 자문위원의 점검을 위하여 대상 언어에서 공용어로 역번역까지도 잘 도와주고, 팀내 번역 점검과, 마을 공동체 점검, 번역의 일관성 유지 등에 있어서 사람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고 합니다.5
그럼에도 여전히 AI가 많은 오류를 만들어내고 이것을 사람들이 잘 잡아내어 수정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참고로 보았던 한 영상에서, AI가 그럴듯한 말로 답을 내거나 대화를 하지만 전혀 엉뚱한 말이나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발표자는 그것을 가리켜 ‘유창한 헛소리’(fluent bullshit)라고 재밌게 표현했습니다.6 이런 오류는 데이터 소스가 더 많은 언어로 AI가 소통할 때 많이 만들어내는데,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적은 경우 현지인 사역자가 AI를 잘 훈련시키면 훨씬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이런 과정에서 우려가 되는 점도 있습니다. 대상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그들과 삶을 함께 나누는 성육신적 동일시와 동역이 약화되고, 또한 현지인들이 말씀 한 구절 한 구절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과 신앙 고백과 삶의 변화/변혁이 약해지거나 이 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점입니다. 물론 현지인 번역 사역자의 역할이 초벌 번역보다는 점검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말씀과 씨름하는 과정은 남아 있고, 초벌번역에 절약된 시간을 바르게 성경을 배우고 익히며 적용할 시간에 더 쏟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7
그러나 언제든지 새로운 기술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점을 감안하여,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변화에 맞게 부정적인 결과들을 최소화하면서, 주신 기회와 도구들을 선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순종의 걸음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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