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섭, 조선향 동역서신 <한 마음 한 뜻 > 30 (2016.2)
PDF 파일로 보기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빌 2:2)
마을에서 돌아와 소식을 전하면 많은 분들이 ‘이번엔 몇 시간 걸렸어요?’ 물으십니다. 그만큼 저희
안전을 걱정하시는구나 생각하니 감사하면서도 많이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잘 다녀 왔습니다!’라는
인사를 먼저 드리며 마을 소식을 전합니다.
낮이나 밤이나 진행하게 하시니 (출 13: 21)
마을에서 지낼 때는 날씨에 더 민감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낮에는 해를 주시고, 밤에는 비를
주소서.’ 라는 기도를 자주 합니다. 해는 빨래, 장작 등을 마르게 하고 저희처럼 태양열 전지판을
사용하는 집들에게는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비는 식수로 사용되고 밭의 작물들을 자라게 합니다. 낮에 비가
내리면 시원해서 좋지만 대신 태양열 에너지 충전이 안 되어서 무전기 통신에 어려움이 있지요.
특별히 작년처럼 오랫동안 가뭄이 지속되었을 때는 비에 대한 기도가 간절했습니다. 저희가 머무는 시베시베
마을도 비가 내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12월 중순 이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이번에 마을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밤중에 빗소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마냥 좋았습니다. ‘이제 가뭄은 끝났구나.’
싶은 안도에서 오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지고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자 조금씩
겁이 났습니다. ‘이러다 지붕이 무너지는 것 아냐?’ 비가 새는 곳은 있었지만 다행히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칠 줄 모르는 빗소리를 밤새 듣게 될 때는 ‘이 비가 과연 그치기는 할까? 아… 내일 해가 나야 빨래를
하는데…’ 걱정 반, 기도 반으로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처음엔 날씨의 변화에 무덤덤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일주일 동안 ‘낮에는 해가 나고, 밤에는 비가
내리고’가 반복되면서 단순히 ‘아, 다행이다.’에서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침
연간 성경 읽기 진도에 따라 출애굽기 말씀을 읽을 때였습니다. 너무나도 잘 아는 말씀, ‘여호와께서
그들 앞에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 기둥을 그들에게 비추사 낮이나 밤이나 진행하게
하시니’ (출 13: 21), 이 말씀이 참으로 실제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좋으신 하나님은 이번에도 우리
앞에서 가시며 낮에는 해로, 밤에는 비로 인도하시면서 시베시베 마을에서 사역을 진행하게 하셨습니다. 할렐루야!
카니누와의 미래, 카니누와 어린이
2 월 첫째 주일은 이 곳 교회 일정에 따른 어린이 주일이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들과 어머니들의 수고로
여러 음식들이 준비됐고, 작은 선물들도 마련됐습니다. 그 날 저녁에는 저희가 그 동안 찍었던 어린이들
사진들을 모아 슬라이드 쇼로 보여 주었는데, 큰 화면 가득 나타난 자신들 그리고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어린이들을 위해 애니메이션 영화도
상영했지요. ‘이 아이들은 카니누와로 번역된 말씀을 읽겠지…’ 생각하면 울컥합니다. 저희 번역팀이 카니누와
어린이들과 공동체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된 말씀이리라 믿고 각자 맡은 바 사명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시베시베 초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웍샵을 진행하다.
카니누와 어린이들이 카니누와 언어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시베시베 초등학교입니다.
이 지역의 초등학교는 유치부, 1 학년, 2 학년의 3 개 학년으로 구성되는데, 시베시베 초등학교에는 각
학년에 1 반씩 그래서 세 분의 선생님이 계십니다.
리아 선생님은(왼쪽 사진) 그 중 막내 선생님, 2013 년부터 가르치기 시작했고 올해는 유치부를 맡게
되었습니다. 유치부의 경우 매일 두 시간씩 카니누와 언어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만 마땅한 교재가
없어 손수 교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어려운 점은 매일 카니누와 한 시간, 영어 한
시간을 가르쳐야 하는 게리손 선생님(1 학년, 가운데 사진), 사무엘 선생님도(2 학년, 오른쪽 사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맘으로 조 선교사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웍샵을 계획했습니다. 웍샵의
주제는 ‘카니누와어로 영어의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가르치는 실제적인 방법들’. 이를 위해 조
선교사는 작년 11 월에 우까룸빠에서 이와 관련된 웍샵을 들었고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해서 마을에 가져
갔습니다. 이 곳에서 사역하면서 계속해서 배우고 있는 것은 ‘계획을 하고 준비는 하지만 실제 일이 진행
되느냐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달려 있다’ 라는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그 분의 인도하심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은혜
속에 살고 있지요.
웍샵은 2 주 동안 진행되었고, 하나님의 크신 은혜 가운데 잘 마쳤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참여해
준 세 선생님들 덕분에 조 선교사가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허리 통증으로 두꺼운 허리띠를 차고 수업을 진행한 날들도
있었지만, 연약함이 서로를 위해 기도하게 했고 그로 인해 더 관계가 깊어진 듯해서 감사했습니다. 비록
상황은 열악하지만 세 명의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여 이번에 배운 방법들을 수업 시간에 잘 활용하고,
100 여 명 되는 학생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번역팀이 번역 점검, 녹음, 그림 사전 수정 작업을 진행하다.
박 선교사는 2 주 동안 오전에는 번역팀과 함께 레위기, 민수기 일부 말씀을(193 절) 점검하고,
오후에는 사도행전 녹음을 했습니다. 지난 번 마가복음 녹음 후 편집 작업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이번에는 녹음할 사람들을 미리 선정했습니다. 로즈, 레비, 루디(아래 가운데 사진), 게리손, 윌리암이
녹음에 참여했는데 다들 녹음 경험이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일 저녁에 녹음한 사도행전
말씀 일부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듣는 시간도 갖게 되어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이후 번역팀은 시베시베 초등학교에서 학습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전에 시험판으로 만들었던 그림
사전을 수정하여 다듬는 작업을 했습니다. 3 월에 마을에 갈 때 몇 부 인쇄해서 학교에 기증하려고 합니다. 그림 사전이 잘
준비되어서 카니누와 어린이들이 읽고 쓰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주부터 속테스와 잭의 인도로 바이탈 프로젝트를 통해 초벌 번역했던 열왕기상 일부 말씀을 마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마을에 있는 동안만 마을 점검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초벌
번역되어 있는 구약 파노라마 말씀들을 계속해서 마을에서 점검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중보 기도로 진행하다.
마을에서 사역할 때 문득 문득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하고 있구나’ 느낍니다. 일이 잘 되어도 또는
뜻대로 되지 않아도 기도로 함께하는 믿음의 식구들로 인해 힘이 납니다. 3월 마지막 주에 다시 마을에
가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이 있는데 기도로 사역이 진행되도록 함께 손 모아 주세요.
* 마을 점검이 끝난 신명기,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 상하 일부 말씀을 (333절) 저희가 다시
원문과 비교하여 점검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고 명확한 번역이 되도록 수정이 필요한 부분들을 잘 찾아내어
4월에 번역팀과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 이번에 녹음한 사도행전 말씀을 다시 들으며 편집 작업을 해야 합니다. 녹음 파일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들이 순조롭게 진행 되어서 자연스럽게 들려 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 사전과 함께 어른들이 카니누와로 번역된 말씀을 읽을 때 도움이 될 사전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사전 만드는 첫 작업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저희가 준비한 방법이 카니누와 종족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하지
못했습니다. 적합한 방법을 찾고 잘 준비해서 4월에 첫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한 두 번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에 시작이 중요한데 하나님께서 지혜 주시길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 2016년 새해 잘 보내고 계신지요? 한국은 지난 주에 설 명절이 있었네요. 다시 한 번 올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또한 지난 주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더욱 주님과
친밀히 동행하는 하루 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 드리며,
2016년 2월 19일
박요섭 조선향 선교사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