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섭, 조선향 동역서신 <한 마음 한 뜻 > 31 (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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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가면 숙제 검사를 합니다. 번역팀이 마을 점검을 잘했나 검사하는 것이지요. 지난 1월 방문 때는 숙제를 제대로 안 해 놓아서 잔소리를 좀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을 점검을 마친 수정본 세 권을 떡 하니 내 놓는 것입니다. (왕상하/290절, 대하-욥기/113절, 전도서 후반-애가/218절) 이전부터 점검하다 중단되다 했던 것들을 이제서야 마무리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덕분에 컴퓨터에 입력하고 다음 점검을 준비해야 하는 등 저희가 해야 할 일이 갑자기 늘어났지만, 이제는 저희가 마을에 없는 동안에도 번역팀 스스로 자신들의 사역을 감당하는 듯해서 감사했습니다.
신명기,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 상하의 일부분 (총333절). 이번에 번역자들과 함께 점검한 말씀입니다. 처음으로 마을에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갔습니다. 기증 받은 TV 스크린을 활용해 점검하면서 그 때 그 때 수정한 부분을 번역팀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덕분에 발전기도 돌렸습니다. 하지만 비를 예상하지 못했지요. 우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4월 내내 비가 왔습니다. 다행히 폭우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가 오니 발전기 사용이 어려웠고 결국 작은 노트북 컴퓨터를 여러 사람들이 째려 보면서 점검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 점검 때는 이전에 했던 대로 점검할 본문을 인쇄해 책자로 만들어 마을에 가져 오려고 합니다. 여전히 이렇게 경험을 통해 배워 가고 있습니다.
주일 아침, 마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누굴까요? 저희가 보기에는 아침 6시에 주일학교 오라고 광고하는 주일학교 선생님일 듯싶습니다.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망고 나무에 매달린 종을 치면서 외쳐야 하니 제일 바빠 보입니다. 7시 30분쯤 되면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하나 둘 예배당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뒤이어 아이들도 제일 좋은 옷들을 차려 입고 갑니다. 주일학교 예배 시작은 오전 8시. 아이들의 찬양 소리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후 분반 공부, 나이별로 반이 나뉘는데 교사가 못 온 반이 있는 듯 합니다. 보통은 10명 정도가 한 반으로 구성되는데 20명이 넘는 학생들이 망고 나무 밑에 모여 있습니다. 잠시 분반 공부에 참여해 보았는데 딱 봐도 성경을 가르칠 교재가 부족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일학교 교사 세미나를 제안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주일 오후 초등학교 교실에,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이곳 시베시베 초등학교에서 종교교육 (Religious Education)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참석했습니다. 이 세미나에서는 말씀을 가르치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특별히 카니누와로 번역된 말씀을 설교 할 때나 분반 공부 때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미나 후 준비한 성경활용 자료들을 교사들에게 주고 사용해 보도록 격려했는데, 특히 번역된 마가복음 성경 공부 교재는 16살 이상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재라며 고마워했습니다.
이후 교사들의 요청으로 새로운 찬양을 배우고 아울러 어떻게 아이들에게 가르칠지에 대해 웍샵을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교사들이 필요를 느끼고 부탁한 것이어서 그런지 참석한 교사들 모두 적극적이었습니다. 이 곳 사람들이 워낙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율동까지 만들어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들이 더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이번 웍샵을 통해 교사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함께 찬양하는 시간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카니누와 사람들과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글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고, 그 이야기가 담긴 책자를 만들어 젊은 세대가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카니누와 말로 이야기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글로 쓰게 할까 많은 시간을 고민하며 준비해 왔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서 글짓기 수업 (Writer’s Workshop)을 했습니다. 3일 동안 20여명의 참가자들이 초등학교 교실에 모여 글짓기를 배웠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도 아이 엄마도 카니누와 언어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처음이라 철자법도 틀리고 쉽지 않습니다. 한 어머니는 교실 안에서 쓰다가 밖으로 나와 글을 써 봅니다. 어찌됐든 모두들 열심히 글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였습니다.
글짓기 수업을 하면서 카니누와로 번역된 주기도문을 읽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보고, 또 암송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또한 언어발견(Language Discovery) 시간을 통해 카니누와 말과 글이 영어나 한국어와 많이 다르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글짓기 수업을 마치며 참가자들이 ‘나의 어렸을 때’라는 주제로 쓴 글들을 제출했는데, 번역팀의 속테스와 실베스터가 제출된 글들을 점검하면서 글쓴이들이 잘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습니다. 글을 잘 쓴 이들은 상도 받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이 쓴 글을 읽기도 했습니다. 저희도 참가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공책에 남겼습니다. 바라건대 이들이 계속 카니누와 언어로 글짓기를 해서 다음 방문 때 저희들에게 자랑하며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중보해 주세요.
* 계속해서 마을 점검이 잘 진행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바이탈에서 초벌 번역했던 구약 말씀 중에 시편, 잠언, 전도서 일부분이 아직 점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문이 아닌 시로 구성된 부분이 많아 마을 점검이 쉽지 않겠지만 하나님께서 지혜 주셔서 잘 점검하고 수정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 7월 25일부터 알로타우 센터에서 5주간 진행되는 번역자 훈련 프로그램 TTC1 (Translator’s Training Course 1)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저희 카니누와 종족에서는 4명의 번역자가 참가할 예정입니다 (속테스, 잭, 레비, 실베스터). 일정에 맞춰 모든 참가자들이 잘 도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태프들이 건강 가운데 주님 주신 지혜로 잘 준비하도록, 참가자들이 훈련 받는 동안 마을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 미니성경 봉헌식 준비가 잘 진행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카니누와 종족으로서는 카니누와로 번역된 미니성경이 공식적으로 출판되는 첫 책이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바이탈 프로젝트에 참여한 언어 종족들이 각 마을에서 모두 봉헌식을 하다 보니 규모가 많이 커졌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데 너무 부담이 되지 않도록, 행사 자체보다 말씀을 사모하고 받는 기쁨이 있는 봉헌식이 되도록 준비 과정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마을에 있는 동안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번역자인 속테스의 숙부이자, 번역위원장인 존 로벗의 장인께서(86세) 돌아가셨습니다. 마을에서의 장례는 처음 경험했는데 장례 절차에 동참하면서 이들의 문화를 좀 더 알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이웃들이 고인을 언제나 웃으며 말씀대로 다른 사람을 용서하며 살았던 분으로 기억하는 모습이 참으로 도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니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보실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울처럼 여러 면에서 잘나고 성공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거의 다’ 지켰던 사람이 아니라, 주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했던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희가 이 곳에서 사역하면서 ‘거의 다’의 믿음이 아니라 ‘온전한’ 믿음으로 살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늘 평안 가운데 거하길 빌며
2016년 5월 19일
박요섭 조선향 올림
바이탈 프로젝트에 참여한11개 종족의 미니성경 봉헌식 일정이 다음과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11월 10일부터 열흘간은 저희 카니누와 종족을 비롯한 섬 지역 종족들, 그 뒤의 열흘은 본토 해안지역 종족들, 그리고 12월 초에는 본토 산간지역 종족들의 봉헌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섬 지역과 해안지역의 봉헌식을 위해서는 YWAM과의 연합사역이 준비 중입니다. YWAM의 의료선 (medical ship)을 이용하여 각 종족 별로 첫날은 의료봉사 및 아웃리치를, 둘째 날은 미니성경 봉헌식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일정은 8월경 다음 동역서신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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