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기는 유대인의 구약 성경에서는 맨 마지막 책이며, 포로기 이후에 이스라엘이 진정 하나님의 백성으로 재건되는 메시아의 날을 그리며 쓰여진 책입니다. 중요한 책임에도, 내용이 사무엘하에서부터 열왕기상하 내용과 겹치는 점과 역대기는 첫 아홉 장의 족보 때문에, 그냥 읽기 일정에 따르거나, 또는 앞의 성경에서 언급되지 않은 내용들에 대한 보충이나, 색다른 초점 정도에 신경을 쓰면서 읽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역대상 처음에 나오는, 9 장까지의 긴 족보는 큰 의미 없이 그냥 일정에 따라 읽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역대기서가 말하는 중요한 주제에 맞게 내용과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는 족보 내용 자체가, ‘하나님의 백성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며, 둘째로 그 구조가 그 백성의 정체성이 바로 하나님을 섬기도록 구별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1-9장은 다음과 같이 중심축 대차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인류 전체에서 이스라엘로 좁혀진 족보는, 유다 지파와 다윗 왕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베냐민 지파와 사울왕, 이스라엘과 새롭게 세워지는 이스라엘로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새롭게 세워질 이스라엘에는 메시아를 통해 모든 민족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특히 다윗왕에 초점을 맞춘 것은 메시아를 기대하게 하는 것입니다.
- 대상 1:1-53 이스라엘 이전의 세계
- 대상 2:1-2 이스라엘의 자손들
- 대상 2:3-4:23 유다 – 다윗 왕의 지파
- 대상 4:24-5:26 이스라엘 지파의 승리와 패배
- 대상 6:1-47 레위 자손들
- 대상 6:48-49 직무에 따른 제사 담당자들
F’. 대상 6:450-53 제사 지도자
E’. 대상 6:54-81 레위 후손들과 그들의 땅
D’. 대상 7:1-40 이스라엘 지파들의 패배와 회복
C’. 대상 8:1-40 베냐민 – 사울 왕의 지파
B’. 대상 9:1a “모든 이스라엘” 계수
A’. 대상 9:1-34 새로 새워진 이스라엘
좀 더 핵심 부분으로 들어가면, 레위 지파로 좁혀지고, 그 중에도 제사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제사장들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이는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은 바로 하나님을 섬기도록 구별된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출애굽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예배와 관련하여 중요한 점 몇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출애굽기 1-2장에서 많이 등장하는 ‘섬긴다’는 말의 히브리어 단어가, ‘예배하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말임을 지적합니다. (성전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에 관련하여 섬기는 모든 일에도 같은 단어가 사용됩니다.) 둘째로 이것이 출애굽의 궁극적인 목적과 연결됩니다. 이스라엘이 자유케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는/예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백성의 선교, 138-139쪽) 나아가 크리스토퍼는 다음과 같은 말로 하나님의 선교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선교는 인류를, 창세기 11장처럼 하나님을 거역함으로 분열되고 흩어진 민족들이 불협화음을 내는 상태에서, 요한계시록 7장에 나오는 모든 민족들이 연합하여 한 데 모여 하나님을 예배함으로 합창하는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 백성의 선교, 50쪽) **
역대기 내용과, 특히 첫 9장에 걸쳐 나타난 족보의 구조를 보면, 결국 포로생활에서 돌아온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기대된 것은, 진정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특권이 메시아를 통해 모든 민족에게 확대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느헤미야서를 보면 이 둘 모두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제도보다는 예배의 삶이, 국수적이고 혈통적 순결보다는 모든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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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차구조(chiasm/chiasmus)는 히브리 문학에서 자주 사용도는 문학적 표현 방식입니다. 한 가운데 중심축에 주제가 담겨 있고, 그것으로 들어가고 나오면서 위와 같이 내용이 대칭을 이룹니다. 보통은 내용이 중심축을 지나 다시 나오면서 점점 더 발전되어 갑니다. 위에서는 F 부분이 중심축이 되고, 모든 인류에서 시작하여 구속받은 새인류를 기대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위의 구조는 The Chronicler's Genealogies: Toward an Understanding of 1 Chronicles 1-9 (by James Thomas Spartks) 의 박사 학위 논문 46쪽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 위의 번역은 저자의 것이며, 출판된 책에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원문입니다.
“하나님의 선교는 창세기 11장에 기록된 하나님에 대한 반역으로 인해 분열되고 흩어진 열방의 불협화음으로부터, 요한 계시록 7장에 기록된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로 연합하고 모여든 열방의 합창으로 이끄는 일이다.” (하나님 백성의 선교, p. 50.)
God’s mission is what brings humanity from being a cacophony of nations divided and scattered in rebellion against God in Genesis 11 to being a choir of nations united and gathered in the worship of God in Revelation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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