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6 09:59
마가복음은 네 복음서 중에 혹은 공관복음이라 불리는 마태, 마가, 누가복음 세 복음서 중에 제일 먼저 쓰였고, 가장 기초가 된 복음서입니다. 예수님의 승천 이후 초대교회 성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한 곳이 바로 마가의 다락방이며, 바울과 바나바의 첫 선교여행에 동참했던 마가 요한이 동일 인물이고, 베드로는 그를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베드로가 죽음에 임박하여 구술한 것을 마가가 받아적은 것으로 봅니다. 특징은 사건 위주로 간단하고 명료하게 예수님의 사역을 써내려간 것입니다.
창세기가 하나님의 피조세계의 시작이라면, 인간의 죄와 타락으로 오염되고 어그러진 세상을 회복해주시는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그 나라의 좋은 소식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게 마가복음입니다. 세례요한이 먼저 와서 회개의 세례를 베풀고, 그에게서 세례 받으신 예수님이 성령에 이끌려 광야에서 시험 받으신 것을 간단하게 언급하고 바로 천국 복음 전파로 시작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셔서 함께 하게 하시고, 말씀을 가르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시고, 병고치는 사역을 병행하셨습니다.
1장부터 눈에 띄는 특징은 '곧'이란 말과 '메시아 되심의 비밀'입니다. 사건 전개도 별다른 부가설명 없이 바로 바로 이어지고 (1:10, 12), 예수님의 부르심에 제자들이 '곧' 반응하여 따라나서고 (1:18, 20), 가버나움에 가셔서도 '곧'바로 회당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시며, '곧'바로(마침)1 거기 있던 귀신들린 사람이 반응하고, 권세 있는 가르침이 '곧'장 온 갈릴리에 퍼집니다 (1:21, 23, 28). 이처럼 박진감 넘치게 복음이 퍼져나가는데, 의외로 예수님은 당신의 메시아 되심을 비밀로 하라고 하십니다 (1:34, 43).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귀신도 하나님의 아들이라 말하고, 병고침 받은 나병환자도 많이 전파하여 널리 퍼지게 합니다 (1:24, 45). 하나님나라는 이처럼 힘 있고, 환하게 빛나 감출 수 없는 것입니다! (마 5:14-15, 참조)2
1. '곧' (유뚜스, εὐθύς)이란 말이 1 장에서만 12회나 사용되었고, 복음서 전체에 42회 등장합니다. 1:23절에서는 '마침' 거기에 귀신들린 자가 있었다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1:3절에서 이사야서를 인용할 때 광야에서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하신 말씀에도 동일한 단어가 쓰였습니다.
2. '메시아(되심)의 비밀'이란 용어는 비밀 기독론이라고도 하는데, 마가복음에 여러 차례 등장하며, 가까이에서 예수님을 알았던 사람들이(inner circle) 그분의 진정한 메시아 되심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다가 십자가와 부활 이후에 온전히 깨닫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다 예수님을 겪은 사람들은 그분이 메시아 되심을 즉각적으로 알고 반응했던 것을 기록함으로, 마가복음은 이중적이고 역설적으로 예수님의 메시아 되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전체에 사용된 문학기법 irony의 한 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