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5 08:08
욥이 빌닷의 말에 대답하는 19장에는 주옥 같은 구절들이 등장합니다. 욥은 자신의 죄에 옭매인 것이 아니라, 그물을 쳐 잡으시고 자신을 포위하여 치신 이는 하나님이시라고 다시 한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합니다. 나아가 무고하는 친구들에게 거짓으로 자신을 고소하는 것에 대해 그 죄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하나님을 향해서는 자신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어 홀로 남은 것을 한탄하며, 하나님 당신께서 욥의 대속자(/구속자)가 되시고 죽은 뒤에라도 그의 결백을 입증해 주실 분이라고 고백하며 호소합니다.1
빌닷은 명쾌한 논리로 악인은 자기 꾀에 넘어가고 스스로 친 올무와 걸리고 함정에 빠진다고 말하며, 욥이 그런 상황에 있는 것을 암시하고 지금이라도 회개하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욥은 자신이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된 원인은 하나님이시라고 반박합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사냥하는 짐승처럼, 공성작전을 펴서 꼼짝 못 하게 포위하고 흙을 쌓아 성벽을 넘어와 전멸시키는 것처럼 대적하셨다고 표현합니다 (19:6, 12). (하나님이 욥을 사냥감이나 적으로 삼지는 않으셨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의 궁극적인 원인이 자신의 범죄함이 아니라,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원인이 있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19:7, 애 3:7). 그 결과 자신은 강도 만나 도움을 청하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처럼, 자신이 당한 재난과 질병을 인해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서 버림 받았다고 한탄합니다 (19:12 이하). 이 땅에서는 자신의 억울함이 기록되어 후대에 남겨지고, 하나님 앞에서는 그분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19:23-26). 욥은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보이며 어찌하여 친구들이 자신을 불쌍히 여겨주지 않는지 마음 아파합니다. 욥의 처지를 통해 철저히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버림받으면서까지 우리를 긍휼히 여기신 주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마 26:31, 27:46, 사 53:3-4). 그런 주님이시기에 욥과 같은 경우에도, 아니 우리가 당하는 그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선하신 하나님이시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1. 개역 성경에서는 구속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원 뜻에 대해서는 룻기에 나오는 보아스의 예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6/2일자 묵상글 및 각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