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1 06:23
앞서서 성적인 문제를 다룬 것에서 더 나아가 7장에서는 결혼을 둘러싼 성의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본문을 배경으로 당시 고린도교회의 문제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그리스도인이 된 다음에 부부 간에 신앙이 다른 경우 혹은 특별히 신앙적으로 마치 구약의 '서원'과 비슷하게 어떤 일에 헌신을 다짐하게 될 때 등의 경우에 이혼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고, 또한 이미 종말이 왔다고 생각하고 영적인 삶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결혼관계를 무시하고 그 의무를 다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이런 문제를 편지로 문의했고 (7:1), 바울은 항목별로 답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원칙은 "그대로 지내라"입니다 (7:8, 11, 20, 24, 40). 즉 신앙을 이유로 억지로 이혼하거나 결혼하지 말고, 부르심을 받았던 원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더 중요합니다. 한 영혼이라도 더 얻도록, 우리를 부르신 주님을 기쁘시게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종말이 가까웠고, 우리 모두는 다 주님 앞에 설 것이고, 그분이 선악간에 판단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혼한 자와 혼자 지내는 자에게나, 종이나 주인에게나, 부한 자에게나 가난한 자에게는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마치 마지막 날을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7:29-31).
바울은 독신을 선택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선호하는 바를 말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이 허락하신 결혼 관계의 선함을 인정하고 인간의 연약함과 악함도 이해하기에, 역설적으로 기존의 결혼관계를 지켜내라고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 가면서, 미혼/기혼/이혼/독신/사별 등의 구분에서 좀 더 주체성을 강조하고 가치 중립적인 '비혼'이란 단어도 사용하고, '졸혼'이란 말도 생겨난 상황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기준과 실천을 이어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