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1 05:05
초기 복음 전파 당시 교회는 유대인들에게 유대교의 한 분파로 인식되다가 곧 이단시 되었습니다.1 유대교적인 회심 과정 즉 할례와 율법 준수 등을 타민족에게도 강요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유대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당연하게 보이는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흩어져 있는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인 히브리서에서도, 바로 이 점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율법의 수여자로 여겨지는 모세와 예수님을 비교함으로써 유대교적인 율법주의를 경계합니다. 또한 광야에서 불순종한 출애굽세대를 반면교사 삼으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예수님과 모세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내용 중에 하나였습니다.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을 예로 들어보면, 처음 복음이 전해질 때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익숙한 모세에 견주어져, 새 언약과 율법의 수여자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과 모세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히브리서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예수님은 창조주 하나님이시며 (3:4),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분으로,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집에서 종으로 섬겼던 유한한 인생 모세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3:5-6).
히브리서 저자는 또한 앞서 천사를 통해 전해준 율법을 따르지 않는 자들에게도 공정한 보응이 주어졌는데, 천사보다 크신 주님의 말씀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이미 경고한 바 있습니다 (2:2-3). 마찬가지로 율법 수여자로 인식되는 모세를 크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그 종보다 크신 주인이시고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주님의 말씀을 어찌 가볍게 여길 수 있느냐고 강조해서 말합니다. 광야에서 율법을 어기고 불순종하여 가나안의 안식의 들어가지 못한 출애굽 세대를 예로 들며, 우리의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시는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기를 힘쓰라고 권면합니다 (4:12). 그 말씀으로 우리 심령 깊은 곳을 감찰받고, 죄와 악과 잘못된 동기를 도려내게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 조류에 휩쓸려 영원한 멸망으로 향할 것입니다.
1. 사도 바울이 선교 여행 때마다 먼저 회당을 찾아 복음을 나눴지만, 유대인들 중에 소수만 믿고 대부분은 그와 선교팀을 핍박했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대인들은 기독교를 사교로 지목함으로써, 네로 황제 이후에 250년 동안 이어진 핍박에 일조했습니다. 이후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고 난 뒤에는 반대로 교회가 유대교를 핍박하는 일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