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30 14:50
모티프(motif)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반복되는 주제입니다. 음악용어입니다. "빰빰빰 빠~ㅁ"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서 주제구입니다. 이 악구가 여러 곳에서 반복되며 나타납니다. 다른 모습 같으나 자세히 들어보면 주제악구를 색다르게 표현하면서, 계속해서 노래를 이어갑니다.
출애굽이야기는 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구속 모티프'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신앙과 삶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제국의 노예가 되어 착취당하는 상황에서 구원받습니다. 애굽을 심판하는 과정은 구속의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이고, 장자 드림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죄 된 세상의 권력과 차별과 욕심에서 자유하여 다시금 살아계신 하나님을 예배하는 백성으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입니다.
남미에서 시작된 해방신학은 우리나라에서 민중신학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출애굽을 모티프로 삼지만, 압제하는 권력에서의 해방만을 강조하고 폭력적 대응을 정당화 하는 배경으로 삼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자신이 여전히 내적으로 죄와 욕심에 노예되어 있는 상황과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으로서의 회복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그의 책 '하나님의 선교'에서 출애굽의 중요한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출애굽은) 이스라엘이 잘못된 주인에게 노예되었을 때, 본래 합당한 주인이신 여호화의 것으로 다시 요청되고 회복되는 것이었다.' It was that they were slaves to the wrong master and needed to be reclaimed and restored to their proper Lord (영어 책, Page 284).
이스라엘은 (우월한?) 제국 문화와 다수 세력에 의해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고, 애굽 제국의 부 축척에 착취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내면에서는 제국이 주는 달콤함을 좋아했습니다. 동시에 그것의 기반이 되는 다신숭배와 물질 숭상에 젖어 있었습니다. 출애굽은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고 참된 신 여호와를 섬기는 백성으로 회복되고, 새로운(or 본래 창조된) 가치관에 입각하여 사는 백성으로 다시 불러냄을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광야생활은 그것을 가르침 받고 삶으로 살아내는 훈련과 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구속을 체험한 사람으로, 공동체로, 민족으로 다른 사람들, 다른 민족들에게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기를 원하십니다. 심지어 이스라엘 백성이 이 일에 실패했을 때도, 하나님은 이미 역사 속에, 다른 백성들의 입을 통해 당신의 이름이 세계에 알려졌음을 말씀 기록을 통해 확인해 주십니다!
출애굽은 하나님의 자기선포(능력, 이름, 영광)이시고, 하나님(나라)의 임재(구속, 성별, 파송)입니다. 그리고 시대마다 지역마다 민족마다 영역마다 이 일이 계속되기를 원하십니다. 각자의 삶과 시대적 요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선포되고 우리 가운데 임재하시길 원하십니다!
타문화선교를 하기 전에 자기문화를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counter-cultural before going cross-cultural). 세상적인 것에 매여 있으면서 신앙적인 삶을 산다고 잘못 자각하거나 오인할 경우, 우리는 선교하면서 되려 하나님 나라의 반대 모습을 보여주거나 심어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 출 32장). 그나마 감사한 일은 다른 생각과 언어와 문화를 가진 개인이나 그룹들과 '올바로' 복음을 나누려고 할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이 얼마나 세속문화에 찌들어 있고, 하나님나라 문화를 창출하여 보여주는 일에 많은 도전을 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