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0 12:45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한 일들을 보면 자기 목숨을 구하는 대신 무자비한 살륙을 자행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고대 법에 의거해서 자신들에게 행해진 일에 대한 보응을 가한 것이고 (lex talionis, 동해복수법), 더욱이 말씀에서 세 번이나 적들의 가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하여 도리어 관대하게 대응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9:10, 15, 16). 이는 이미 조서에서도 명시된 바이며 (8:11), 하만의 재산을 에스더에게 준 것처럼 (8:1-2), 대적의 재산을 상대편에게 돌리는 것이 상례였기 때문입니다.1
하만의 조서가 1/13일에 공포되었고 (3:12), 모르드개의 조서가 3/23일에 공포된 것을 보면 (8:9) 두 달 넘게 70일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기간에 분명히 이미 유대인들에게 가해행위를 했거나 적어도 그 의사를 언행으로 보인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성벽 재건 과정에서도 있었던 것처럼) 이미 조서가 공포되었음에도 노골적으로 혹은 암암리에 12/13일에 유대인들을 해하려 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에 대해 상응하는 그러나 여전히 관대한 대응이 이뤄졌습니다. 심지어는 에스더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져, 하루 더 연장하여 수산 성내에 있는 유대인의 대적들을 처결하는 일과, 이미 죽임 당한 하만의 열 아들을 내걸게 하고, 하만과 함께 유대인과 하나님을 대적하려고 했던 이들을 척결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날을 기념하는 날에 선물을 주고 받으며, 동시에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라는 부림절 준수 내용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노략하는 것이 아니라 상응하는 정의를 구현한 것에서 더 나아가, (자기 민족은 물론 타민족을 포함하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구제하라고 한 것입니다 (9:22). 여러 면에서 포로기 이후의 인물들의 삶이 세속 정권 아래 살아가는 우리 삶의 상황과 일치합니다. 마지막 절에 모르드개가 자기 민족과 모든 민족들을 위해 헌신했던 이야기로 에스더서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서 (10:3),2 세상 나라에서도 모범적인 백성으로 살면서,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 나라 통치가 자민족과 타민족들을 향해 이뤄지도록 헌신하는 삶이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1. The IVP Bible Background Commentary, Nehemiah 8:1 내용 참조
2. 흥미롭게도 한글 성경에서는 에스더 10:3절 말씀에서 마지막 부분을 "그의 백성의 이익을 도모하며 그의 모든 종족을 안위하였더라" (개역개정), "그 백성의 이익을 도모하며 그 모든 종족을 안위하였더라"(개역)고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특히 맨 마지막 부분 "모든 종족을 안위하였다"의 실제 원어는, 직역하면 "그의 모든 씨를 위해 평강을 행했다/말했다" 입니다. 좀 더 부드럽게 번역하면, '그의 모든 후손들의 평안을 도모했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한글 번역을 그대로 따라 묵상글의 내용을 작성한 것은, 전체 내용과 맞물려 아브라함에게 주신 모든 민족 선교의 약속이 이뤄진 예이기 때문입니다. 하만과 같이 아브라함의 자손을 저주하는 자를 하나님이 저주하시고, (위에서 언급한 대로 불필요한 보복을 하지 않고, 도리어 관용을 베푸는 것과 함께,) 유대인이 되는 자들 같이 (8:7) 아브라함의 자손을 축복하는 이들에게 복주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