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9 08:17
하나님의 은혜의 빛으로 생명을 소성케 해달라던 욥은 (3:20), 이제 하나님께서 욥이 죄없다 말씀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10:2). 왜냐하면 많은 증인들이 번갈아가며 욥이 죄를 저지른 까닭에 이 같은 재앙이 그에게 닥쳤다고 계속해서 증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17). 9-10장에서 욥은 자신을 왜인지 이유도 모른 채 무고를 당한 억울한 피고인으로서 그리며, 재판장이신 하나님께 무죄 선언을 요청합니다 (10:7). 더욱이 침묵하시는 것 같은 하나님께, 왜 이 모든 고난과 억울하게 무고를 당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달라고 호소합니다 (10:2).
욥의 친구들이 프레임을 씌웠던 것처럼, 욥의 자녀들이 죽은 것, 욥의 병이 낫지 않는 것, 나아가 하나님이 말씀하시지 않는 것 등등은 욥이 죄인이라는 물증에 해당하고 (10:15), 그의 친구들은 이제 번갈아 가며 그 증거들과 논리에 근거해 그가 유죄임을 인정하라고 사정없이 말로 뭇매를 치고 있습니다. 욥은 답답했습니다. 사냥감이 된 짐승이 공격을 받은 후에도 다시 일어나 도망가려고 하면, 사자들이 떼를 지어 돌아가며 먹이감을 고꾸라 뜨리는 것 같았습니다 (10:16). 이런 와중에 하나님도 침묵하시니, 이마저도 그들의 입장을 지지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욥이나 우리나 모두가 인정하는 바는 우리의 죄성과 죄인 됨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증인석에 세우시고 묻기 시작하시면 욥이 고백하는 것처럼 스스로 정죄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9:20). 더욱이 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라면, 욥의 말처럼 아무리 씻어내도, 다시 개천에 빠져 냄새나는 옷이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9:31). 나중에 하나님께서 욥을 정죄한 세 친구들에게 책망하심으로, 욥을 신원해 주시기는 하지만, 욥에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침묵하십니다. (물론, 독자들을 알고 있지만요.) 마치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불의한 재판관 같이 보입니다만 (눅 18;1-8), 의로우신 하나님은 그분의 때에 더 큰 은혜로 우리에게 응답하실 것입니다.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마주봄과 같이 온전하게 알게 될 날을 고대합니다 (고전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