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9 04:42
다윗의 시편입니다.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그를 비방하고 그의 생명을 취하려고 달려들 때, 다윗은 오직 하나님만 믿고 경외하고 피하고 의지합니다. 그런 자에게 하나님은 “쌓아두신 은혜” 를 베푸시고, 사람들의 모든 술수와 비방에서 벗어나도록 “은밀한 곳”에 숨기시고 “비밀의 장막”에 거하게 하십니다. 이런 놀라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시인은 광야의 들판과 굴을 찾아 전전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이라는 “견고한 성”에서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놀라운 사랑” (기이한 인자하심)을 누리고 있다고 찬송합니다!
창세기를 읽으면서 믿음의 조상들의 여정을 보았습니다. 마치 다윗의 대적들이 하나님이 기름부어주신 그를 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하나님의 복을 받는 믿음의 조상들을 누구도 대적할 수 없었습니다. 다윗은 사울을 피해 쫓기는 신세였지만 이미 왕으로 섬기고 있었고, 이삭도 늘 물러나는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대적하는 블레셋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축복하는 삶이었습니다. 속이고 속는 삶이었지만, 이스라엘로 이름을 바꿔주신 하나님은 기어이 야곱에게 복 주시고, 만민을 축복하는 삶을 살게 하셨습니다.
1000년의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모두 동일하게 하나님의 약속과 인애를 체험한 믿음의 조상들의 고백이, 이제 4000년 세월을 넘어 우리의 입술과 마음에서도 동일한 고백으로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21절, "...견고한 성에서 그의 놀라운 사랑을 내게 보이셨음이로다".
1. 한글 개역 성경에서는 '놀라운 사랑'을 '기이한 인자하심'으로 번역했었습니다. '인자하심/사랑'에 대한 히브리 원어 '헤세드 (חֶסֶד, CheSeD)'는 언약에 기반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뜻하는 성경의 핵심 단어 중 하나입니다. 창세기에서도 같은 단어를 사용해 아브라함, 야곱, 요셉 등이 복 받았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창 24:14, 32:11, 39:21 등).
2.견고한 성'을 영어 성경에서는 주로 '포위당한 성'(a besieged city / a city under siege)으로 번역해 놓았습니다. 원어로 보면 '둘러싸여 있는 성'으로 성벽으로 에둘러싸여 있는 성을 뜻하는데, 둘러싼다는 말이 성경 대부분의 곳에서 '포위'의 개념으로 사용된 것도 사실입니다. 한글 성경처럼 번역하면, 하나님이 견고한 성이 되어주셨다는 놀라운 인생의 역설이 느껴지고, 영어 성경처럼 '포위 당한 성'으로 번역하면, 사무엘상 23장에 나오는 다윗의 그일라 성 일화와 직결됩니다.
사울에게 쫓기던 다윗이 그일라 성에 가게 되면 완전히 에둘러싸인 성에 갇힐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도우러 거기 침입한 블레셋 사람들을 치러 갔습니다.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그의 도움을 얻은 그일라 사람들은 그런 다윗을 사울의 손에 넘기려 하고, 다윗은 그 사실을 알고 가까스로 도망쳐 나와 사울의 추격을 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