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0 18:42
앞서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허무하게 끝나고 마는 것에 대해 극도의 회의를 표했던 전도자는, 이제 지혜자나 우매자나 그 또한 같은 결과를 얻으니, 이 또한 허무하다고 말합니다. 그 주된 이유는 지혜와 힘과 재원 등이 부조리하게 나눠져 있기 때문이며, 또한 무엇이 되었든 시간이 지나가(고, 결정적으로 죽고 나)면 다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정말 지혜로운 자에게 권력이 주어지고, 그에게 또한 재원도 충분해서 (혹은 지혜로운 부의 도움을 받아서) 바른 방향으로 백성을 섬겨나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많은 경우에 어리석은 자가 권력을 갖고 있고, 부자에게 지혜가 없어서, 양편 모두 선한 일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10:6).1 더욱이 가난한 자에게 지혜가 있어도, 대부분은 힘을 가진 자들과 부를 거머쥔 자들에게 무시 당하기 일쑤입니다. 간혹 가난한 자의 지혜가 받아들여지고, 그 결과 성읍을 중과부적의 적에게서 건져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가 한 일은 곧 잊혀지고, 세상은 또 어리석은 자들의 판이 되어 돌아갑니다 (9:13-16).
우매한 사람들은 그 말에서 표시가 납니다. 말이 많은데, 하는 말마다 자신의 어리석음이 뚝뚝 떨어지고 (10:3), 장담 못 할 장래 일을 떠벌리곤 합니다 (10:14). 그런데 정말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자들에게 높은 지위가 주어지고, 왕이나 신하나 정신을 못 차리고 기회와 시간과 세금을 탕진하는 것입니다 (10:6, 16). 그렇다고 해서 가진 자들을 향해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섣불리 행동하면, 또 곧바로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조심해야 하는 게 인생입니다 (10:4, 20). 이러한 전도자의 말이 너무나 많은 경우에 안타까운 현실일 때가 많은지라, 우리는 다시 한번 하나님의 뜻을 따라 백성을 섬긴 지도자를 기대하게 되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의 온전하시고 영원한 통치를 사모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 96:10-13).
사무엘상 25장에 나오는 나발과 다윗의 이야기는 거의 이런 예가 될 뻔 했습니다. 나발은 부자이지만 어리석었고, 그의 어리석음에 준동되어 다윗은 하나님이 주신 힘으로 섬기라고 주신 백성을 해치는 똑 같은 어리석음을 범할 뻔 했습니다. 다행히 아비가일이 정말 지혜로운 말로, 하나님이 주신 힘으로 섬겨야 하는 왕의 사명을 깨우치고, 어리석은 부자 나발은 하나님이 손 보실 것을 말함으로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두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역대상 후반부에 표현된 다윗의 통치 말년의 삶은, 그나마 하나님이 주신 부와 힘을 갖고 그분과 백성을 섬기는 데 힘을 다한 좋은 예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