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5 07:19
노화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전도자의 말이 끝을 맺고 이어서 전도서를 편집한 저자의 마지막 결어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지금껏 살펴보았던 것처럼 전도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정말 염세적이고 회의적이어서 우울하고 씁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타락한 인생이 빚어내는 부조리한 현실을 냉혹하게 파헤집어 내어 정신이 버쩍들 정도로 현실을 눈앞에 들이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도자의 지혜의 말에 대해, 전도서의 편저자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하나님의 선하심과 뜻과 궁극적인 보응을 믿고 보이는 현실 너머를 기대하며 살라고 결론적으로 권면합니다.
타락한 인생들이 빚어내는 개인과 가정과 사회/정치 공동체의 문제는 그야말로 불가항적입니다. 전도자가 궁구한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지혜는우리에게 뻣속까지 시리도록 아픈 현실을 보게 해줍니다 (12:11). 역사를 통틀어 많은 사상가들과 정치철학자들이 이런 문제들을 개인과 공동체의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노력으로 개선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타락으로 인한 인간의 부패함을 너무 가볍게 보거나 심지어는 애써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전도서는 이런 우리들에게 다시 한번 '해아래 새것이 없고, 그런 노력들이 허무했음'을 깨닫게 해주고, 그만큼 하나님의 교회가 온전히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하나님나라가 답인 것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회개하게 됩니다.
성경은 구약 창세기에서 신약 마지막 책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의 개입, 그분의 은혜가 필요한 존재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전도서의 마지막 결론은 마치 지혜서 전체의 결론처럼 들립니다. 잠언에서 권면하는 것처럼 원래 하나님이 의도하신 대로 지혜롭게 사는 방식이, 전도서에서는 인간의 타락과 부패로 인해 부조리해진 세상에서 예외가 너무 많아 적용하기 어려운 공식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우리는 욥처럼 갈등하고 때론 낙심하고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어려운 과정 자체가 하나님의 통치를 이 땅에 실현하는 너무나 값진 일임을 깨닫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말씀에 순종하여 살라는 것입니다 (12:13).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 사람들의 은밀한 동기까지 다 아시고 판단하시고 심판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