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 03:52
아가서는 사랑 노래입니다. 영어 제목은 히브리어를 직역한 'The Song of Songs'로 최고의 시란 뜻입니다.1 우리말 제목은 중국어 성경에서 그대로 따온 것으로 '해맑은/아름다운 (사랑) 노래'라는 뜻입니다. '솔로몬의 아가'라는 첫 구절에서 전통적으로 솔로몬이 지은 책으로 여겨졌습니다.2 그러나 마치 잠언과 전도서가 그런 것처럼 솔로몬이 직접 지은 것이라기 보다는 솔로몬이 편저자이든지 혹은 솔로몬의 (지혜서의) 전통에 따른 노래라는 뜻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한 것 같습니다.
아가서에는 시작과 마무리 (1:1-7, 8:6-14) 부분이 있고, 중간에는 여러 사랑 노래들이 등장합니다. 아무 의미 없이 여러 노래를 붙여놓았다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면 의미가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혼을 중심점으로 (3:6-11) 그 이전의 연애와 그 이후 지속되는 사랑으로 볼 수 있고, 궁정과 목가적인 들판의 배경을 오가면서 사랑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랑'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에덴 동산의 타락 이전 순수한 모습을 회복해주는 정경적인 의미와, 하나님과 언약의 백성, 예수님과 교회의 상징적/비유적 이해가 가능합니다.
아가서는 두 연인이 계속 말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3 그들은 오감으로 사랑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노래하고 만끽합니다. 여인은 양을 돌보는 일로 얼굴이 검어져 다른 여인들과 비교되지만, 오히려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그녀의 인성 즉 내면의 미를 더 생각하게 만듭니다. 왕으로 불리는 이 남자는 그녀를 더 아름답게 꾸며주고(1:9-11), 궁정의 그 어떤 여인들보다도 더 아름답게 여깁니다 (2:2).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사모하여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하고 병까지 났습니다 (1:4, 7-8, 2:5). 살갗에 머물지 않고 내면까지 이어지는 친밀한 사귐과 접촉이 묘사되면서 (2:6-7), 늘 하나로 함께 하고 싶은, 너무나도 당연한 연인간의 사랑의 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이 택한 백성을, 또한 교회를 이처럼 얼마나 아름답게 하시고 함께 거하려고 하시는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사 61;10, 계 21:9).
1. 지성소가 'the holy of holies' (קֹדֶשׁ הַקֳּדָשִים)이고, 제국의 왕 느부갓넷살을 '왕 중의 왕'(the king of kings, מֶלֶךְ מַלְכַיָּא,단 2:37), 우리 주님을 '만왕의 왕'(the King of kings, ὁ βασιλεὺς τῶν βασιλευόντων, 딤전 6:15)이라고 부른 것과 같습니다. 시 중의 시 (the song of songs, שִׁיר הַשִּׁירִים)
2. 단지 솔로몬의 이름이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식물 등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배경으로 여러 심상(image)을 표현한 것 등도 솔로몬이 저자라고 볼 만한 증거입니다. 3장에 나오는 결혼 장면에서도 솔로몬의 이름이 직접 언급됩니다.
그러나, 700의 후궁과 300의 첩을 둔 사람에게서 나올 법한 시가 아니라는 점, '솔로몬의 잠언'이라고 한 것이나 (잠 1:1),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고 한 것이 (전 1:1), 솔로몬이 직접 썼다기보다는 편저자이든지 아니면 그의 지혜서 전통을 따른 것이라는 의미로 보는 게 더 타당한 것처럼, 아가서 역시 그렇게 보는 게 더 타당한 것 같습니다.
3. 주로 남자는 여자를 '내 사랑'이라고 부르고 (1:9, 15), 여자는 남자를 '나의 사랑하는 자'(1:13, 14)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