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 16:05
앞서 주고 받는 여러 시들에 이어 여인의 노래 두 편이 나오고 (2:8-17, 3:1-5) 이어서 결혼식 장면이 등장합니다 (3:6-11). 두 연인은 보고 또 보고 싶어 서로를 찾아 헤매고, 둘 사이의 은밀하고도 친밀한 관계는 마침내 결혼으로 이어집니다. 결혼식 장면은, 솔로몬이 저자라고 본다면 직접 그의 결혼식 장면 중 하나를 묘사한 것일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두 연인의 결혼식을 솔로몬의 그것에 비유해서 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노래 모두 여인의 말로 시작하지만, 첫 노래는 주로 남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2:10-15). 2:8절은 남자가 여인을 찾아와 은밀한 만남을 갖는 모습을 들노루나 사슴이 산과 내를 건너 인가에 가까이 와 창너머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고, 3:1-3절은 여인이 남자를 찾아 거리를 헤매다 극적으로 만나 다시 둘만의 곳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친밀한 만남은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 여인의 내실에서 이뤄지며 오직 둘만을 위한 것입니다. 활짝 핀 꽃과 같은 사랑을 망치는,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둘 사이에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2:7절에 이어 3:5절에서 다시 한번 여인은 자신의 품에 안겨 하나가 된 남자를 절대 깨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둘만의 사랑이 너무나 꿈같은 나머지 깨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자, 그 사랑의 시간과 장소가 절대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이 지으신 대로 남녀가 한 몸 하나되는 신비한 연합은, 곧 신랑되신 주님과 신부로 비유되는 교회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이 포도원에 핀 아름다운 사랑의 꽃을 망가뜨리려는 여우는 그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484장) 찬송가 3절 가사처럼 부부 간에 서로 그리고 우리 주님 앞에 고백해 봅니다. '주님만 내 맘에 계시오니 주 안에 내가 늘 함께 하네'
구약에서 우상을 지칭하는 용어인 '바알'은 주인(Master)이라는 뜻도 있고, 남편을 뜻하기도 합니다. 제목을 "주께서 내 안에 내가 주 안에"라고 정할 때, 바로 이런 중의적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