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4 02:24
말씀은 다시 예루살렘이 바벨론에 멸망하기 직전 상황으로 옮아갑니다. 34장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애굽의 유다 원조 진군과, 이에 상대하려고 일시적으로 예루살렘 포위를 풀고 애굽을 맞서러 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시드기야는 시종일관 좌우로 치우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의 손을 통해 예레미야의 생명과 사역을 보전해 주십니다.
시드기야는 여러 면에서 신하들을 이끌기보다는 그들에게 이끌렸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38:5). 이는 당시 이스라엘이 상대하고 있던 최고의 적대국 바벨론이 세운 왕이기 때문이었고, 또한 여호야긴이 바벨론으로 잡혀가면서 왕의 대가 다음 세대가 아니라 도리어 거꾸로 윗 세대로 올라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는 예레미야를 가두기도 했지만 (32:5, 36:13, 28), 또한 그를 살려낸 사람이기도 합니다 (38:10, 24). 예레미야의 예언에 대해 공적으로는 분노를 표현했지만, 동시에 불안하여 몰래 그를 찾아가 하나님의 말씀을 묻기도 합니다 (38:16).
그러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을 의지하여 결단하고 행하기보다는 다시금 사람의 눈과 반응을 두려워하며 결국 그대로 순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혹여라도 항복해서 잡혀갔다가 바벨론 사람들이 그를 자신을 싫어하던 유대 사람들에게 넘길까 두려워했습니다 (38:19). 간혹 상황에 따라 공적으로 선포하고 순종할지, 아니면 은밀하게 순종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목숨을 걸고라도 순종을 결단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오게 됩니다. 그렇게 결단하고 말씀을 전하는 예레미야와 여전히 어쩔 줄 몰라하는 시드기야 왕의 대조적인 모습을 봅니다.